EU 등 국가주도 PKI 도입 추세
전자서명 이용자 보호장치 미흡
공공부분 안전성 대책 마련해야
전자서명 이용자 보호장치 미흡
공공부분 안전성 대책 마련해야
시대적 대세냐, 정권 공약에 따른 대안없는 졸속 법안인가.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예고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전자서명 안정성' 기능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고, 세계적 추세와도 반대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우리나라 기존 공인인증제도와 유사한 'EU 전자식별 및 인증서비스(elDAS)' 제도를 도입했다. 전자서명 기능을 넘어 EU 회원국 간 사이버상 전자신분으로까지 범용성을 높인다는 게 EU 측의 구상이다.
공인인증서에 적용된 PKI(공개키기반구조) 기반 인증체계는 오랜 시간 검증된 암호화 알고리듬이다. EU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에서도 세금, 공문서 작성, 조달 등 공적분야 전자서명을 위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지난해 PKI 기반의 신분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재훈 한국무역정보통신 공인인증센터 부장은 "최근 페이스북과 네이버 댓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민간기업들이 인증기관으로 나선다면 큰 문제"라면서 "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3500만 공인인증 인프라는 순식간에 해체되고 결국 인터넷 생태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구글이 국내 인증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PKI 기반의 공인인증서가 액티브X와 하나로 간주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사설인증서 사이의 구분을 폐지하고 전자서명으로 통합해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법적 효력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 기존의 지정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공인인증서는 특권적 지위가 사라지지만, 여러 인증수단 중 하나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인감도장과 막도장이 엄연히 다른데 위임장·등기신청서·사업계약서 등에 위조가 쉬운 막도장을 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등 일정 부분 불편함이 있다. 이에 사설인증서와의 법적 차이가 사라지면 사용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것.
박성기 인증전문가포럼 대표는 "공인인증제도는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이제는 당사자끼리 법원으로 가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전자서명법 개정안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자서명을 위해서는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개정안은 본인인증 효력까지 삭제하면서도 부칙을 통해 실지명의에 대해 인증할 수 있다는 모순적 논리를 정부가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의 조사위원인 최경진 가천대학교(법학과) 교수는 개정안 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안이 EU, UN,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국제사회에서 진행하는 전자서명의 국제적인 논의 흐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특히 공공 부분의 안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지난 3월 규제혁신해커톤 공인인증서 토론 의제리더를 맡은 이희조 고려대(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찬반을 떠나 전문가와 국민, 정부 모두 공인인증제도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며 "아직 미진한 부분은 추후 의견 보완 등을 통해 세부적 법안 부칙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예고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전자서명 안정성' 기능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고, 세계적 추세와도 반대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우리나라 기존 공인인증제도와 유사한 'EU 전자식별 및 인증서비스(elDAS)' 제도를 도입했다. 전자서명 기능을 넘어 EU 회원국 간 사이버상 전자신분으로까지 범용성을 높인다는 게 EU 측의 구상이다.
공인인증서에 적용된 PKI(공개키기반구조) 기반 인증체계는 오랜 시간 검증된 암호화 알고리듬이다. EU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에서도 세금, 공문서 작성, 조달 등 공적분야 전자서명을 위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지난해 PKI 기반의 신분증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재훈 한국무역정보통신 공인인증센터 부장은 "최근 페이스북과 네이버 댓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민간기업들이 인증기관으로 나선다면 큰 문제"라면서 "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3500만 공인인증 인프라는 순식간에 해체되고 결국 인터넷 생태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구글이 국내 인증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PKI 기반의 공인인증서가 액티브X와 하나로 간주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사설인증서 사이의 구분을 폐지하고 전자서명으로 통합해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법적 효력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 기존의 지정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공인인증서는 특권적 지위가 사라지지만, 여러 인증수단 중 하나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인감도장과 막도장이 엄연히 다른데 위임장·등기신청서·사업계약서 등에 위조가 쉬운 막도장을 쓰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등 일정 부분 불편함이 있다. 이에 사설인증서와의 법적 차이가 사라지면 사용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것.
박성기 인증전문가포럼 대표는 "공인인증제도는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이제는 당사자끼리 법원으로 가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전자서명법 개정안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자서명을 위해서는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개정안은 본인인증 효력까지 삭제하면서도 부칙을 통해 실지명의에 대해 인증할 수 있다는 모순적 논리를 정부가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의 조사위원인 최경진 가천대학교(법학과) 교수는 개정안 방향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안이 EU, UN,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국제사회에서 진행하는 전자서명의 국제적인 논의 흐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특히 공공 부분의 안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지난 3월 규제혁신해커톤 공인인증서 토론 의제리더를 맡은 이희조 고려대(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찬반을 떠나 전문가와 국민, 정부 모두 공인인증제도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며 "아직 미진한 부분은 추후 의견 보완 등을 통해 세부적 법안 부칙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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